필리버스터 : 소수의 목소리를 지키는 무제한 토론 전술

 

 

 

필리버스터란?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의회에서 소수파가 다수파의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술 중 하나이다. 필리버스터는 주로 긴 시간 동안 연설을 하거나, 무제한 토론을 통해 법안 표결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의회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표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필리버스터는 이러한 표결을 미루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에 국회법 개정으로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되고 주로 소수 정당이나 의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고 토론을 통해 시간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무제한 토론을 통해 표결을 지연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발언하는 의원에게는 시간 제한이 없고, 한 명의 의원이 장시간 발언할 수 있으며, 여러 명의 의원이 연속해서 발언을 이어갈 수 있다.

 

 

필리버스터 발동 조건

필리버스터는 본회의에서 상정된 법안에 대해서만 가능하고 소속 의원 1/3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요청할 수 있다. 즉, 국회 재적 의원이 300명일 경우 1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고 본회의에서 상정된 법안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특정 안건이나 법안의 토론 단계에서 필리버스터가 발동될 수 있으며 예산안이나 예산 관련 법안, 긴급 현안 법안 등은 국가 기능이나 긴급 상황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지연이 되면 안되기 때문에 필리버스터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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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의 종료

토론할 의원이 더 이상 없거나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무제한 토론의 종결을 원하고 개시한지 24시간이 지나고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종결에 찬성할 경우 필리버스터가 종료되고 법안 표결로 넘어간다. 이를 클로처(cloture) 요건이라고 하며,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는 300명이기 때문에 국회에서는 18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중간에 본회의에서 다른 안건을 의결할 경우, 해당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자동으로 종료되기도 한다. 또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 그 회기 동안의 필리버스터는 자동으로 종료된다.

 

 

 

필리버스터 사례

1.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2016년 2월,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며 한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 법안은 국가정보원이 테러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었는데, 야당은 이를 국가정보원의 권력 남용과 사찰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필리버스터는 2016년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총 9일 동안 이어졌으며, 총 38명의 의원이 나서서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월 24일 10시간 18분에 걸쳐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을 진행한 데 이어 2월 27일에는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이 11시간 39분을 연설했고 마지막으로 진행한 이종걸 원내대표가 총 12시간 31분 동안 연설을 했다. 이 필리버스터는 한국 의회 역사상 가장 긴 필리버스터로 기록되었지만 이 필리버스터는 결국 3월 2일에 종료되었고, 법안은 통과되었다.

 

2. 2019년 선거법 및 공수처법 필리버스터

2019년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도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고 선거 제도를 개혁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공수처법은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독립 기관을 설치하려는 법안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이 법안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판단하여 필리버스터를 통해 표결을 지연하려 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여당 측은 회기를 종료시키고 새로운 회기를 개시하는 방법으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켰다. 이로 인해 필리버스터가 법안 통과를 막는 데는 실패했고, 두 법안 모두 결국 통과되었습니다.

 

3. 2024년 방송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가장 최근에 실시한 우리나라의 필리버스터는 2024년 7월에 국민의힘이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시작한 것이다.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이사진 구성 방식을 바꾸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민주당은 이를 통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개정안이 오히려 정부의 방송 장악을 강화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이 필리버스터는 5박 6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민주당이 법안 강행 처리를 시도하자 국민의힘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펼쳤지만 논란 속에 결국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후 법안이 통과되었다.